[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당신의 마음을 두드리는 말

2020. 3. 3. 22:37책 리뷰

 류시화 작가의 생각을 처음 접했던 책은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였다. 작년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서점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문득 책의 제목을 보고 위안을 받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 구입하였다. 집으로 돌아와 읽는 동안 별것 아닌 내용에도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한편으로는 부담 없는 내용 덕분에 정말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류시화 작가의 책을 읽어 보았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보다 일찍 출간된 책이지만, 나는 더 늦게 접했다. 읽는 동안 류시화 작가 특유의 편안한 말투, 그리고 마치 산속에 있는 현자가 이야기를 해주듯한 평온한 느낌 덕분인지 내용은 참 술술 읽혔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으며 와닿았던 내용을 조금 공유하고자 한다.

 

 이 문장을 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당신의 이름을 알지만, 당신의 스토리는 모른다. 그들은 당신이 해 온 것들은 들었지만, 당신이 겪어 온 일들은 듣지 못했다. 따라서 당신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결국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당신에 대한 당신 자신의 생각이다. 때로는 자신과 자신의 삶에 최고의 것을 해야만 한다. 다른 모든 사람드레게 최고의 것이 아니라.

 

 참 먹먹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충실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타인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서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생각,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 모르는 사람이 작성하는 악플에 신경을 쓰다보면 내 안에 나는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없어진다. 하지만 언제나 나를 구할 수 있는 존재는 '나'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삶은 이따금 우리 자신을 폐허로 만든다. 예기치 않은 불행이 영혼을 유린한다. 상처투성이인 마음밭에는 가시 돋힌 덤불만 무성하다. 살아 있는 한 그런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자기 치유를 위해 어떤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가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치료하는 일로 이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지닌 자가 회복력이다. (중략) 삶의 지혜는 불행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 속에서도 건강한 씨앗을 심는 데 있다. 

 

 나도 이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상처 받는 상황은 이미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그 상처를 딛고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인간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요새는 많은 사람들이 '힐링'을 외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특히나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술을 마시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누군가에게 위로의 말을 듣는 것을 힐링이라 생각하지만, 이 방법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타인이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 상황이 없다면 다시 무너지기 쉬운 상황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처를 받았을 때, 다시 상기하기 싫더라도 그 상처를 마주보거나 혹은 혼자서 생각에 잠겼을 때 많은 해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 회복할 수 있는 나만의 능력을 키우고, 그런 활동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 내용도 참 재밌었다. 참으로 찰떡같은 비유 아닌가. '이정도는 별것 아닌 상처지'라고 하더라도 그 상처에 대한 기억을 스스로 반복한다면, 그리고 되새김질 한다면 이는 나를 짓누르는 또하나의 족쇄가 되겠지.

 

 오늘 특이한 꿈을 꿨다. 모르는 사람 한명이 내 앞에 있었는데 한동안 나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실없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마지막에 일면식도 없던 그 사람이 나에게 한 말은 잊을 수가 없다. '이젠 너 자신에게서 고통스러웠던 그 기억들을 놓아줘'라는 그 한마디. 그리고 그 사람의 미소. 그 말을 끝으로 잠에서 깨버렸다. 한동안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모두 잊었다고, 이젠 괜찮다며 애써 생각치 않던 그 기억들. 그러나 가끔 나에게 불쑥 찾아오던 그 순간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그 기억들을 온전히 보내주지 못했기에,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나'를 위해 힘들었던 기억들을 놓아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